오늘은 상남자의 브랜드 지프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프 중에 가장 유명한 오프로더인 랭글러? 아닙니다. 오늘 알아볼 모델을 랭글러와 아주 똑같이 생긴, 그러나 랭글러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지프 글래디에이터 픽업트럭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지프가 웬 픽업트럭?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요. 지프가 미국의 브랜드잖아요? 그리고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종이 픽업트럭입니다. 그러니 지프도 애초부터 픽업트럭 개발에 열을 올렸었어요. 1962년부터 픽업트럭이 나왔고 1990년대까지 생산이 됐으니 잠깐 기웃거린 정도가 아니라 매진했던 역사가 있어요.
이번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2010년 정도부터 다시 픽업트럭 개발을 시작한 결과입니다. 중간에 몇 번을 엎어졌다가 다시 개발을 시작하고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하는데요. 그 끈기만큼은 알아줄 만한 것 같아요.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출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랭글러의 인기가 상승한 것도 큰 몫을 했다고 해요. 랭글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판매량도 높아지고, 수익이 안정화되면서 픽업트럭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 거죠.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은인은 랭글러, 아니 모습도 랭글러를 그대로 따왔으니 랭글러의 자식이 글래디에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사이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전장은 5,600mm입니다. 5.6미터인 건데 이걸 직접 눈으로 보면 정말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높이도 1,850mm로 매우 높습니다. 기반이 된 모델인 루비콘 4도어와 사이즈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데요.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전장이 4,885mm로 약 715mm가 차이가 납니다. 폭도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1,935mm인데 반해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1,895mm로 40mm 차이가 나죠.
휠베이스는 480mm 정도 차이가 나요.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휠베이스는 3,490mm로 아주 넉넉한데 이것이 모두 실내 공간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닙니다. 뒷바퀴가 뒷 적재함의 전방 3분의1 정도에 위치하고 있거든요. 적재함의 길이가 1.5m 정도가 되니까 전면부부터 2열 도어까지의 거리는 약 4미터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랭글러 루비콘의 트렁크를 떼고 적재함을 붙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딱입니다.
엔진은 랭글러 루비콘 4도어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연흡기와 터보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2.0리터의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3.6리터의 V6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죠. 4기통과 6기통의 차이가 있고, 터보와 자연흡기의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실제로 지프 글래디에이터와 랭글러 루비콘 4도어의 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먼저 랭글러 루비콘 4도어를 보면 최고출력은 5,250rpm에서 272마력이 나오고, 3,0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f.m을 자랑하죠. 반면,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6,400rpm에서 최고출력 284마력, 4,000rpm에서 36.0kgf.m을 보입니다.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엔진회전수가 다르기 때문에 두 차량 중 어떤 차량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고 확답을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프 글래디에이터 쪽이 자연흡기 엔진이 보여주는 힘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는 거예요. 터보 기술이 아무리 발달을 했다지만 6기통에 넉넉한 실린더가 보여주는 빵빵 터지는 힘은 그 매력이 색다릅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어요.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자연흡기 엔진으로 아무래도 연비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리터 당 복합연비가 6.5km로 인증을 받았는데요. 랭글러 루비콘 4도어는 파워탑을 기준으로 리터 당 8.2km로 인증을 받았으니 약 2km/L의 차이를 보이기는 해요. 하지만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픽업트럭이고, 고속도로보다는 일반도로를 더 많이 달리고, 도심보다는 한적한 교외나 농어촌 지역을 더 많이 다닐 가능성이 높다는 걸 생각하면 연비가 극악인 것은 아닙니다.
또한 픽업트럭이지만 승차감이 많이 개선됐다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지프를 탔을 때 느낄 수밖에 없는 노면의 소음은 그대로입니다. 지프 랭글러 또한 30km/h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바퀴가 노면을 구르는 소음이 실내로 유입이 되기 시작하고, 80km/h를 넘어가면 외부 소음이 실내를 장악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지프 랭글러를 타시는 분들은 이것을 감수하거나 이것마저 ‘멋’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인데요. 지프 글래디에이터 또한 이런 부분은 그대로예요.
그런데 승차감은 픽업트럭이지만 정말 많이 개선이 됐습니다. 이건 이번에 새로 풀체인지 된 랭그러도 마찬가지인 부분인데요. 과거에는 80km/h만 넘어가도 우당탕탕하는 느낌 때문에 가속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능하면 고속도로에서도 100km/h는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 고속도로는 거의 타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댐퍼가 안정화돼서 널뛰는 느낌이 거의 없습니다. 안정적으로 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픽업트럭임에도 승차감이 좋다는 것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죠.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실내 환경은 솔직히 이야기해서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흔히 있는 풋레스트도 존재하지 않고, 핸들의 사용환경도 그렇게 스무스하지는 않아요. 시트도 수동으로 다 조절을 해야 하고, 요즘 고급차에 들어가는 통풍시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편의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트렌드인 이 시점에 이 차량에는 그런 것이 없어요. 지프 글래디에이터만 그런 것이 아니라 랭글러 루비콘 4도어도 편의사양에는 인색한 편입니다. 전통이라면 전통일 수 있죠.
하지만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실내가 현대식으로 재탄생한 것만은 꼭 짚어야 할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지프 SUV의 전통을 그대로 따랐다면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실내는 친절함이라고는 단 1도 없고, 미감이라는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디스플레이도 장착이 됐고, 기본적인 기능도 올렸고, 계기판의 디자인도 나쁘지 않습니다. ‘인테리어’라는 것을 했다는 점에서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실내도 괜찮은 편입니다.
픽업트럭의 단점 중 하나는 좌석이 편하지 않다는 것일 거예요. 대부분의 트럭이 그렇죠. 이것은 지프 글래디에이터에서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승차감은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투박한 것이 사실인데요. 그래도 공간을 충분히 배정됐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점은 있어요. 도어 4개에 2열까지 충분한 공간을 배정하고 있기 때문에 4명이 차량에 탑승을 하고 짐을 충분히 실을 수 있어서 실용성은 정말 뛰어납니다.
실용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오프로드에서입니다. 이 차가 진짜 리얼 픽업트럭이라고 하는 이유는 오프로드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트럭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해야하는 차량이잖아요?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어느 정도의 개울가도 그냥 도로처럼 지나갈 수 있고, 오르막길, 내리막길, 자갈길 할 것 없이 부드럽게 달릴 수 있는 오프로드 성능을 가졌습니다. 아무리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해도 오프로드 성능만 접하고 나면 이 차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더 좋은 것은 가격!! 지프 글래디에이터 루비콘 모델의 가격은 6,990만 원입니다. 국내에는 지금 이 차량 밖에 나오지 않고 있고요.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다른 픽업트럭과 비교를 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오프로드 성능과 지프 랭글러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고려하면 확 구미가 당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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